LA BRIQUE

The story of a writer who chose to live with depression

책 소개
    작가는 25살에 우울증을 처음 진단받고 5년 후 30살, 두 번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20대의 절반 이상을 우울증과 보내왔고 앞으로도 한참 더 우울증과의 동거를 이어가야 하지만, 여전히 정신질환과 함께 '잘 사는 것'이 서툰 30대다.

ㅤ 책과 문구류, 옷, 온갖 쓸데없는 잡동사니로 어지러운 방을 문득 둘러보니 모두 다 우울증의 흔적임을 깨닫는다. 열등감과 욕망을 소비로 푼 채 한 번도 정리를 하지 않았다. 갖가지 물건들로 쌓인 얼룩덜룩한 방은 아직 청산하지 못한 우울증 영수증으로 가득하다. 서른과 함께 두 번째 우울증을 맞이한 만큼, 이제는 방 정리와 함께 우울증 영수증 내역을 들춰보고 가계부에 정리할 차례임을 느낀다.

ㅤ 이 책은 우울증에 처음 걸린 작가의 20대의 '삽질'들과, 우울증 7년 차가 된 지금의 일상들을 엮어낸 일종의 우울증 영수증 내역이자 가계부다. 본문은 우울증을 이렇게 극복하면 됩니다!' 류의 교훈적인 가르침이나 우울증에서 자유로워진 이야기를 담지 않았다. 어쩌면 평생을 정신질환과 살아가야 하는 한 개인의 평범하기도, 이상하기도 한 삶의 방식과 단상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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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994년생. 미국에서 태어났다. 인생에서 소소한 순간들을 찾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사람. 대외적인 공간인 인스타그램과 일터에서는 '카일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보다 진솔하고 짙은 이야기는 '정인'의 페르소나로 나누고자 한다.

ㅤ 생각이 너무 많아 사진에서만큼은 생각을 덜어낸, 진공 상태와 같은 사진을 담는다. 못다 말한 생각들은 글로 풀어내는, 이중생활을 한다. 사진과 글에서 각각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싶어 하는 편.

ㅤ 지식의 생산자가 되고 싶은지 소비자가 되고 싶은지 구분을 하지 못해서 무턱대고 대학원에 발을 들이밀었다. 공부 과정에서 우울증이 깊어져서 도망치듯 졸업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식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고 책 읽는 모임을 돌아가며 출석한다.

ㅤ 우울증과의 좌충우돌 동거를 진행하던 중, 성인 ADHD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인생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던 게, 단지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안심하는 요즘이다.

ㅤ 고양이와 판다, 오레오, 분홍색, 청록빛 하늘과 바다를 좋아한다. 애정 하는 이 존재들을 위해 책을 써서 한 권씩 선물하는 게 꿈이다.
추천사
    이 책은 우울증 당사자가 치러온 내밀한 영수증이다. 저자는 자신이 삶에 지불해 온 것들을 들여다본다. 잘 해내고 싶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미워해온 나날들, 끊임없이 자격을 의심하며 ‘나는 절대 해낼 수 없어’라는 확신에 짓눌리던 시간들. 그러나 저자가 내역서에서 발견한 건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나만의 궤도가 있음’이기도 하다. 멈춰있다고 느꼈던 순간조차 조금씩 움직여온 저자의 흔적과, 그로 인해 서서히 선명해지는 위로는 넌지시 말해준다.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산이 필요하다고.
- 임지은 (<연중무휴의 사랑> <헤아림의 조각들> 작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던 그녀의 긴장된 순간들을 종종 마주했다. 그 어느 마음이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지만, 누군가의 말대로 쉽게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옆에서 등을 쓸어주었다. 그녀가 스스로 그 마음을 언박싱하여 스스로를 기꺼이 해방시킨다. 그리고 다시 그 마음을 예쁘게 포장하여 박싱한 이 글들. 그녀의 다짐처럼 해방시킨 이 마음들이 고이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가길, 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도 그 마음들을 마주할 용기의 씨앗이 되길 응원한다.
- 서은아 (<응원하는 마음> 저자, 응원대장 올리부)

이 글에서 저자는 자신의 내밀하면서도 우울한 실존을 진솔하게 그려낸다. 힘겨웠던 과거를 부정하거나 미화하기는 쉽다. 그러나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긍정하면서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 글이 바로 그런 경우다. 하이데거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저자는 오랜 실패를 통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문제삼는 사람이며, 종국에는 스스로의 존재를 긍정함으로써 자신의 주체성을 정립하는 주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우울증으로 인해 인생을 “하드 모드”로 살아온 저자의 글은 작게는 자기 자신의 우울증에 대한 고백이지만, 넓게는 스스로에게 존재-물음Seinsfrage을 묻는 이들에게 각자의 존재를 어떻게 긍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 정제기 (영남대학교 철학과, 안동대학교 윤리교육과 객원교수)